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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비장이 뭐예요?

최환 한방칼럼

by 질그릇_pottery47 2015. 9. 2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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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이 뭐예요?


흙에서 만물이 나왔고, 토(土)는 만물의 중심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한의학에서는 그것을 비(脾)와 위(胃)로 보고 있다. 그래서 한의학의 오행론에서는 비와 위를 토(土)에 포함시키고 있다. 위(胃)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위는 우리 몸의 중심에 있으니까. 매일 식사를 할 때마다 우리는 위의 위대한 존재를 느낀다. 위가 우리 몸의 중심에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만약 그게 한쪽에 치우쳐 있다면, 밥 먹고 나서 몸이 위가 있는 쪽으로 기울어져, 중심 잡는 일로 한동안 힘들는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런데 비(脾)라고 하면 좀 의외라고 생각할 것이다. 비장이 어디에 있지? 그게 도대체 뭔데? 하고 말이다. 비장은 간장이나 심장, 신장, 폐와 같은 장기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장기다.

해부학적으로 비장(spleen)은 위(胃)와 배의 왼쪽 윗부분인 횡격막 사이에 있는 장기로, 흔히 이자 또는 지라라고도 부른다. 크기는 간보다 작으며 대부분 혈관으로 구성되어 암자색을 띠고 있는, 장기라기 보다는 커다란 림프조직체처럼 보인다. 길이 10∼12cm, 너비 6∼8cm, 무게 80~150g으로, 외부 충격에 손상되기 쉬워 깊숙히 숨어있는 비장(秘臟)이다. 서양의학적으로 비장의 기능은 (1) 오래된 적혈구와 혈소판 등 혈액 내의 불필요한 물질을 잡아먹어 혈액을 정화하는 식균작용, (2) 혈소판을 저장하는 일, (3) 피를 생산하는 조혈기능 등 주로 혈액과 관련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보는 비장의 기능은 이보다 폭넓다. 요약해보면,
(1) 운화(運化: Transformation)를 주재한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을 소화시키고, 그 영양분을 기(氣)로 변화시켜 온몸에 운반(Transportation)하는 일을 한다.
(2) 피를 컨트롤한다. 비장의 기능이 약해지면 출혈증상이 잦아진다.
(3) 근육과 팔다리를 컨트롤한다.
(4) 입과 입술의 기능에 작용한다.
(5) 신체 내 각 장기를 제자리에 고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비기(脾氣)가 약해지면 자궁, 위, 신장, 방광, 항문 등이 제자리를 이탈해 아래로 처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6) 사고작용(思考作用)에 영향을 미친다. 비장이 약해지면 정신력도 약해진다.

서양의학의 비장과 한의학의 비장이 왜 이렇게 다를까? 한의학의 비장은 서양의학의 비장의 기능에는 없는 운화기능을 제1로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 운화기능을 하고 있는 장기는 해부학적으로는 췌장(膵臟: Pancreas)이다. 췌장은 위장 바로 뒤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왼쪽으로 약간 머리를 들고 있는데, 그 머리에 베레모처럼 씌워져 있는 게 비장이다. 췌장의 주 역활은 (1) 소화효소를 십이지장으로 분비하여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질 등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일(Transformation), (2) 인슐린 생산 등이다.

췌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소화능력이 약해져 우리 몸은 당장 기와 혈이 부족한 증상이 나타날 것이다. 예컨데, 팔과 다리의 힘이 약해지게 된다. 체력이 쇠진되면 정신력마저 약해질 것은 뻔한 이야기다. 우리 몸 속에는 60개조나 되는 세포가 있는데, 이들 세포는 글루코즈(Glucose)라고 하는 생명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은 이들 세포가 필요로 하는 정확한 양의 연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인슐린 분비를 조정하고 있다. 만약 췌장의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세포는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해 허덕일 것이고, 혈액 속으로 흡수되지 못한 당분은 소변으로 배출될 수밖에 없어진다. 이것이 바로 당뇨증이다.

이처럼 영양소를 거두어 들이고(Transformation), 연료를 온몸 세포조직으로 공급(Transportation)하지 못하는 것이 비장(Spleen)의 책임이 아니라 췌장(Pancreas)의 문제라면, 한의학에서 말하는 비장은 오히려 췌장의 기능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비장과 췌장의 기능을 합한 것이 한의학에서 주장하는 비장의 기능이라고 한다면 백번 수긍이 가는 일이지만. 옛 어르신들이 비장과 췌장을 혼동한 것일까. 그런데 왜 한의학 책에는 췌장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일까.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늘 떠올리는 화두다


출처 : Blue Gull
글쓴이 : Blue Gul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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