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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비장은 이란성 쌍둥이 장기

최환 한방칼럼

by 질그릇_pottery47 2015. 9. 2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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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은 이란성 쌍둥이 장기


한의학에서 말하는 비장은 서양의학의 비장과는 좀 다르다. 한의학의 비장은 우리 몸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 생기(生氣)를 넣어주는 일을 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가장 스포트 라이트를 받아야 할 장기인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장이 도대체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 서양의학의 해부학적 지식 조차 잘 모르고 있다.

비장(脾臟) 속에 비장(秘藏)이 있다

그런데 2천5백년전 황제내경 소문(素問)편을 보면 ‘음식물이 위(胃)로 들어가면 정기(精氣)를 분리해서, 이를 상행(上行)시켜, 비(脾)로 운반하고, 비기(脾氣)는 정기를 살포, 상행해서 폐에 흡수된다’고 했고, 또 ‘비는 주로 위에 진액을 전달하는 것이다’라고 했을 정도로 비장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부학적으로 보면 이 일을 하고 있는 장기는 분명 췌장(膵臟 Pancreas)을 두고 하는 말임에 틀림없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비장은 혈(血)을 통할한다’고 한 것은 해부학적으로 비장(Spleen)이 하는 일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 한의학의 비장은 해부학적으로 췌장과 비장 두 장기의 기능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비장은 췌장과 비장이라고 하는, 근본이 토(土)인 2란성 쌍둥이 인 셈이다. 한의학은 비장을 해부학적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관념-생리적으로 운화(運化)작용을 하는 기능을 비장에게 부여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비장의 주요 임무는 기를 생산하는 것, 혈당을 조절하는 것, 피를 생산 하는 것 등이다. 그래서 기, 혈, 에너지를 관장하고 있는 비장은 한의학에서 가장 중심적인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비장이 기를 생산하는 일을 게을리하면, 몸이 피로를 느낌으로서 비장의 근무태만을 금방 알아차린다. 비장이 왜 이럴까? 첫째는 비장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이고, 둘째는 비장과 관련이 있는 주변 장기와의 조화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알기 쉽게, 한 예를 들어보자. 음식이 위에서 소장으로 넘어오면 영양분을 흡수해야 우리 몸에 살이 되고 피가 된다.

이 영양분은 자연상태로는 흡수가 되지 않고, 잘게 부숴진 뒤 화학작용을 거친 다음 이온화 되어 흡수되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소화효소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기관이 췌장이다. 이 췌장이라는 화학공장이 가동하려면 적당한 온도가 필요하다. 이 온도는 6행에서 화(火)에 속하는 심장이 공급하고 있다. 불덩이가 식어서 흙이 되듯이 화는 토의 어머니 격이라고 한의학은 설명한다. 따뜻한 효소가 췌장으로부터 흘러나와 위장과 십이지장 내에서 잘 섞여야 소장은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밥맛이 살아나는 순간이다. 밥맛이 떨어지는 것은 췌장이 움직이지 않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밥맛이 떨어지는 이유는 또 있다.

비호세력, 견제세력 … 6 행 관계의 조화

한의학에서 비장은 토(土)에 속한다고 본다. 6행론에서, 토(土)를 만들어 낸 것은 불기운(火)이고, 따라서 화는 토의 어머니로서 항상 보살펴주는 관계에 있다. 세상에는 이렇게 어머니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시탐탐 내 약점을 엿보며 나를 이용하거나 군림하면서 내 덕을 보려고 하는 세력이 있다. 그런데 이 나를 견제하고 조정하는 세력이 없으면, 내 세력도 또한 게을러지고 약해지는 게 인생이다.

일테면, 흙 위에서 군림하려고 하는 것은 나무와 같은 식물(木)이다. 나무가 너무 무성하면 나무의 힘에 눌려 흙의 세력이 약해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나무가 없으면 흙은 뜨거운 태양에 노출되어 생명체가 살기 힘든 황무지처럼 되어 버릴 것이다. 이렇게 흙과 나무는 평소에는 서로 상부상조하며 조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목(木)에 해당하는 장기는 간담(肝膽)이다. 간목(肝木)의 세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그 힘이 비토(脾土)를 억압해서 비장의 기능이 약해진다는 것이 한의학의 상생, 혹은 상극하는 조화의 생리학이다(火生土, 木剋土).

우리가 화를 내면 마음의 평화가 깨진다. 한의학에서 마음의 평화는 간이 기를 고르게 흘러가도록 기능함으로써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데, 화를 냄으로써 기의 원활한 유통이 헝클어지며 간기(肝氣)가 체하는 증상이 발생한다. 간기가 체하면 몸 아래로 내려가던 간의 양기운이 기의 통로가 막히는 바람에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반대방향인 위로 올라가게 되는데(간양항진증), 이로인해 얼굴이 붉어지면서, 두통, 현훈, 이명, 짜증 등의 증상이 일어난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입맛이 쓰게 되는 것이다.

화는 심화(心火)라고도 한다. 심장의 열이 타올라 위로 올라감으로써 음식을 먹었을 때 위장과 췌장에 보내야 할 열이 부족하게 되고, 췌장은 소화액을 분비할 준비가 되지 않아 입맛을 쓰게 하여 아예 식욕을 조절하려는 것이다. 목(木)은 그러니까, 토(土)가 미워서가 아니라 결국은 서로 잘 조화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의학의 유기적인 생리이론이다.


출처 : Blue Gull
글쓴이 : Blue Gul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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