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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위가 아픈 이유

최환 한방칼럼

by 질그릇_pottery47 2015. 9. 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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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가 아픈 이유


배가 아프다고 하면 그 진원지는 배꼽 근처일 것이다. 말하자면 창자가 아픈 것이지 위(胃)가 아픈 것은 아니다. 우리는 속이 쓰리고 아플 때 ‘위’가 아프다고, 아픈 장기를 꼬집어 말한다. 폐가 아프다, 심장이 아프다, 간이 아프다, 비장이 아프다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위(胃)’는 해부학적으로도 확실하고, 아픔도 탈도 현실적으로 확실하게 느껴지는 장기다.

위통(胃痛)은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흔한 통증의 하나다. 오장육부 가운데 음식을 통한 외부와 직접적인 접촉이 가장 거칠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장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탈이 많다. 한 예로 사람들은 위의 입장은 생각지 않고 음식을 마구 집어넣는 경향이 있다. 목구멍만 넘기면 마치 위가 요술이라도 부리듯 모든 걸 다 처리해 줄줄 아는 모양이다. 미각을 위해서는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데, 그 후에 닥칠 몸의 변화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무책임한게 문제다. 대부분의 위통은 이렇게 떠넘기기 작전의 후유증으로 해서 생긴다.

위의 생리적 기능은 음식을 수납하고 부숙시키는 것인데, 이같은 기능을 한의학에서는 위기(胃氣)라고 한다. 위기는 내려가는 힘이 강하다. 건강한 위는 우리가 식사할 때 삼키는 가벼운 공기도 창자속으로 내려보낼 만큼 힘이 세다. 위기가 내려가는 힘이 강한 것은 그 기의 성질이 양(+)이기 때문이다(위경락은 방광경락과 더불어 양강陽降의 주도자가 된다). 위경락은 눈동자 바로 밑 안구 가장자리에 있는 승읍(承泣)이라는 혈에서 발원하여 둘째 발가락 끝 여태혈을 향해서 양기운을 몰아가고 있다. 발이 늘 따뜻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이 더운 위기 덕분이다. 발이 찬 사람은 위장 기능도 별로라는 것을 경락은 설명해준다.

위기가 잘 내려가고 있는 동안은 위는 늘 즐겁다. 맛있는 음식을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일까? 위는 음식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재빨리 서둘러 처리하여 깔끔하게 몸을 비운다. 이렇게 일 잘하는 위는 보기보다 편하게 쉬는 것을 좋아는데, 그래서 음식저장고인 밥통으로 대접받는게 가장 싫다. 위는 생각보다 조용한 장기다. 밥이 들어있는 동안은 혈액의 출납도 늘어나고, 여기저기서 소화액을 날라다 주는데, 위는 이렇게 주위가 부산 떨면서 주목하는 일을 그리 달가와 하지 않는다. 빨리 밥통 신세를 벗어나 배 위에서 한가하게 군림하고 싶은 것이다. 비록 찌그러진 럭비공같이 보일 망정.

만약 위기(胃氣)가 약해져서 이런 일들이 지체된다면 위는 정말로 위기(危機)감을 느낄 것이다. 음식이 위속에서 오래 머물면 위는 안달복달하게 된다. 부숙된 음식에서 시큼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하면 위는 몸서리를 치며 부르르 떨기까지 할 것이다. 위경련은 위의 연동운동이 비정상적으로 늘면서, 위기를 해결하려는 위가 과도하게 수축돼, 명치끝 부분을 중심으로 생기는 극심한 통증이다. 갑자기 찾아오는 통증은 가벼운 위통이기도 하지만, 심하면 쥐어 비트는 듯이 아프고 통증이 온몸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위통은 병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람마다 약간씩 다른 방법으로 통증이나 증상을 보이는데, 대개 식은 땀을 흘리면서 심한 복통을 호소하므로, 환자는 안색이 창백하고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 발열, 호흡곤란, 흉통,구토 등 다양한 증상을 짧게는 몇분에서, 길게는 몇시간 동안 할 수도 있다. 위통이 있으면 진통제를 찾기에 앞서 정확한 원인을 알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급성위염, 췌장염, 충수염 같은 기저질환에 의한 통증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제대로 하강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기체불통(氣滯不通)이라고 설명한다. 불통즉통(不通卽痛), 위통은 이렇게 해서 일어나게 된다. 생명체의 특징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고, 그 변함에는 제각각 어떤 법칙이 있다.

위의 기체불통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모든 장기는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없지만, 위는 특히 비장과 간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장기다. 비장은 토(土)의 음장기로서 같은 토(土)의 양장기인 위와 음양의 짝이 되어 일하도록 되어 있다. 간(肝)은 6행상으로 목(木)에 속하는데, 토(土)와는 서로 상극관계에 있다. 비장이 약해지면 위의 기능을 도와주지 못해 위기가 허해질 것이고, 간기운에 문제가 생기면 비위를 건드려 위기에 난조가 생기게 된다.

식사를 하는 중 언쟁할 일이 생겨 화를 몹시 내면 속이 뒤집어지는 일이 있는데, 분노로 기의 흐름이 울결되어 먼저 간을 해치게 되고, 기의 흐름을 고르게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간이 그 기능을 상실하면 간기(肝氣)가 제 갈길로 가지 않고 위(胃)쪽으로 침범해 들어와 하강하는 위기(胃氣)를 방해하게 된다. 간기울결(肝氣鬱結)이 심해지면 화(火)로 변해 위음(胃陰)마저 상하게 되는데, 이쯤되면 위통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평소에 과로하는 편에다 식사를 제시간에 하지 못하면 비위의 기능이 약해지게 된다. 또 오랜동안 병을 앓고 있을 경우 비위의 기능이 약해져서 오는 허한성(虛寒性) 위통도 있다. 위가 은은히 아프고, 식욕도 없으며, 손발이 차고, 늘 피곤하다. 만약 생랭한 음식을 잘 못 먹거나 하면 영낙없이 급작스런 위통으로 변해 애를 먹게 된다. 이렇게 비위가 허약한 사람은 평소에 배부위뿐만 아니라 온몸의 보온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겨울엔 코나 입으로 찬바람을 들이 마셔도 위통이 일어날 수 있고, 여름에도 배를 노출시켜 찬바람을 쐬면 위통이 일어나는데, 위의 양기운이 약해 찬기운에 밀려 위를 보호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체질적으로 위통은 몸이 냉한 음인(陰人)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출처 : Blue G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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