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크랩] 하품 하품 하품

최환 한방칼럼

by 질그릇_pottery47 2015. 9. 9. 21:47

본문




하품 하품 하품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는 이 현실이 잠시나마 지겹게 느껴진 적은 없으신지? 피곤한 몸을 눞히러 이불 속에 들어가기 직전의 찰라적 안도감은 아마도 주린 배가 음식을 눈 앞에두고 흘리는 군침 같은 것일 것이다. 아, 곧 좋은 시간이 오리라. 그런데 이런 것들이 당장에는 그림의 떡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하염없이 인내하며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초라한 나자신이 버거워지기 시작할 때, 친구의 이어지는 신세 한탄이 우리를 하품나게 한다. 바야흐로 내가 따분함 속으로 사그라들려는 순간, 나는 안간힘으로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기지개를 펴고 나를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안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하품, 하품, 그리고 또 하품.

웬 하품이야. 그 누구라도, 하품을 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꼴 볼견이다. 눈빛은 촛점을 잃은채 허공을 응시하거나 지그시 감고, 입은 차라리 아가리라고 해야 맞겠지, 한껏 쩍 벌리고, 김빠지는 이상한 신음 같은 한숨을 내뱉으면서, 참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발적인 해프닝을 마감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6초 정도다.

하품은 왜 나오나? 하품은 무의식적인 공기 흡입 활동이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대개 하품을 하게 되는데, 누워있는 동안의 얕은 호흡으로 부족해진 산소를 한꺼번에 보충하려고 하품을 하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도 잠에서 깨면 기지개와 함께 하품을 하는데, 주인이 하품을 하면 영낙없이 따라한다. 하품은 이처럼 비세균성 전염병이기도 하다.

하품을 하는 모습은 희극적이지만, 즐거운 모양새는 아니다. 하품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 현장 분위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루한 표정들을 짓고 있는게 대부분이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하품을 하면서 눈시울을 적시고 있거나, 콧물이나 침 같은 것을 흘리면서 눈가나 코끝이 빨갛게 물드는 경우도 있는데, 눈동자가 맑지 못하고, 안색도 안좋아 피곤해 보인다.

하품은 단 한번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믈다. 하품의 원인이 얕은 호흡으로 인한 산소부족이기 때문에 하품은 연속적으로 터져 나온다. 그런데 왜 호흡이 얕아질까. 우리가 누어있을 때는 1분에 약 9리터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앉아 있을 때는 약 18리터, 걸어갈 때는 27리터, 그리고 달릴 때는 55리터정도의 공기를 들이마신다고 한다. 보행이나 운동 중과 같이 몸을 움직이고 있을 때 하품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품은 기가 체했다는 신호

하품은 대개 앉아 있을 때 하게 되는데, 거의 졸고 있는 상태로 몸이 이완되면서 호흡량이 15리터 이하로 떨어질 때, 호흡을 관장하는 자율신경이 무의식적으로 호흡량을 늘리기 위해, 혹은 수면상태로 가까이 가고 있는 몸을 일깨우기 위해, 의식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게 하는 동작이다.

하품과 유사한 것으로 한숨이 있다. 한숨은 몸안의 에어를 빼내는 동작이지만, 감정을 토해내는 부수효과도 따른다. 무언가 슬프거나 억울한 일이 가슴에 맺혀 있을 때, 심리학자들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상담으로 풀어주려고 하겠지만, 이외로 깊은 한숨 하나로 매듭이 풀릴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경험해보는 일이다. 길게 한숨을 내뿜으로 해서 뭉치고 막혀있던 기가 뚫리고, 가물거리던 삶의 활력이 되살아 나는 것이다.

걱정거리나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면 기분이 나빠진다. 한의학적으로 설명하면, 기의 분배가 나빠진다는 이야기다. 기의 분배가 잘 안되면 기의 흐름이 약해지고, 기가 서로 엉키게 되는데, 이것을 기가 체했다(氣滯)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기의 흐름은 우리 몸의 장부와 관계가 있다고 보는데, 특히 폐, 간, 신장, 비장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폐는 공기를 호흡하여 기의 원료를 공급한다. 폐의 기능이 약해지면 폐기가 체하게 되고, 따라서 호흡이 얕고 가빠지게 된다. 잦은 하품과 한숨을 쉬게 되고, 가슴이 그득하며, 삼키기 곤란함을 느낀다. 슬픔이나 우울 등이 지나치면 폐의 기체를 유발하지만, 폐기체가 되면 괜히 슬퍼지고 짜증이 나며 우울해지기도 한다.

간은 기가 잘 흘러가게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는 간기체의 주범이다. 간기가 체하면 간이 들어있는 늑골 아래 언저리가 불편해지고, 신경질적이 되어 불안해진다. 그러나 기분이 좋아지면 나아진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목젖부위에 뭔가 걸려있는 듯한 느낌(매핵감)이 있고, 여성의 경우 생리전에 긴장하고 생리통이 있다.

몸안에서 양기는 내려가고 음기는 올라가는것이 정상적인 기의 흐름이다. 간기체가 되면 간이 이 일을 제대로 못해 양기가 내려가지 못하고 위로 뜨게되는 간양항진이 일어나는데, 양기운이 뇌까지 올라가 더운 양기운이 뇌혈관을 터뜨리게 되면 중풍이 되기도 한다.

양기운이 잘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로 신장기운부족(신양허)을 들수 있다. 신장은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신장이 약하면 욕지기가 나며, 요통, 무릎이 시리고, 오한을 느낀다. 남자의 경우 발기불능이나 정력감퇴, 식욕부진, 쉽게 피로해지고 자꾸 눞고 싶다. 물같은 소변을 자주 보는데, 밤중에도 소변보러 일어난다. 대변이 묽고 새벽에 설사를 한다면 비장의 양기운이 부족하다고 본다.

사족: 하품을 유난히 자주한다면 몸의 신진대사가 잘 안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기를 돌리는 일이라면 역시 한방이라야 한다


출처 : Blue Gull
글쓴이 : Blue Gull 원글보기
메모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