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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위장(胃臟)은 위장(僞臟)이 아니다

최환 한방칼럼

by 질그릇_pottery47 2015. 9. 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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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胃臟)은 위장(僞臟)이 아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필자는 밥통을 우리 몸가운데 가장 덜 중요한 장기의 하나라고 홀대했었던 것같다. 밥통 하나만 놓고 서양 해부학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 그것을 위(胃)라고 부르면 그것은 정말 위대한 존재로 우리에게 다다온다.

한의학에서 위는 비장과 함께 중앙 토(土)에 속하는 중심적 장기로 대접받고 있다. 땅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위(胃)는 우리에게 바로 그런 존재다. 위(胃)가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존재한다. 어머니가 우리의 생명을 이 땅위에 내놓은 순간부터 우리는 이 위(胃)에 의존해서 일당(日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매일, 이 위(胃)를 즐겁게 하지 못하면 우리는 이 삶터에서 아웃되고 만다.

바다는 모든 생명체의 고향과 같다. 생명의 기원이 바다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위는 5장6부의 바다라고 한다. 모든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듯이, 온갖 수곡(水穀)이 위로 들어가고, 장부가 위에서 기(氣)를 얻고, 다섯가지 맛(五味)이 각각 그가 좋아하는 곳으로 돌아간다고 한의학은 설명한다. 즉, ‘신 맛(酸)은 간으로, 쓴 맛(苦)는 심(心)으로, 단 맛(甘)은 비장으로, 매운 맛(辛)은 폐로, 짠 맛(鹹)은 신장으로 들어가서, 곡기와 진액을 통하면 영위(營衛)가 대통하고…’ 한의학 최고의 고전 황제내경[靈樞]는 위(胃)를 위에서 내려다 보듯 참으로 멀리서 관찰하고, 그 속에서 다른 장기와의 관계를 눈여겨 보고 있다 .

음식이 위에 들어가서 위가 그득해 있는 상태를 실(實)하다고 한의학은 설명한다. 다섯가지 맛들이 제각각 주인들의 쓰임새를 찾아 떠나기 전에 잠깐이나마 그들을 끌어 안고 흐믓하게 포만감을 즐기는, 아니 즐길 줄 아는 장기는 우리 몸에서 위장(胃臟)밖에 없다. 위장은 중앙에서 버티고 폼만 잡을 줄 아는 밥통같은 위장(僞臟)이 아니다. 맞아들이고, 또 떠나보내는 가운데 삶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끼고 있는 진장(眞臟)의 장기다.

위장이 온갖 무리들과 함께 신나는 무도회를 벌이고 있는 실(實)한 모습이라면, 이 때의 비장과 소장 등은 자기 차례가 언제나 오나 하고 목이나 쭉 빼고 마냥 기다리고 있는 후줄근한한 모양새(虛)라고나 할까. 음양으로 만난 위장과 비장은 한쪽이 실한 동안은 허한척 하고 지내야 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위가 음식으로 가득차 실한 럭비공 모양을 하고 있을 때를 실하다고 한다면 음식을 내려보낸 위는 허(虛)한 상태가 되고 비장과 소장은 호기를 만난듯 실한 상태가 된다. ‘위가 충만하면 장이 허하고, 장이 충만하면 위가 허하여 허실이 교차되므로, 기(氣)가 오르고 내려서 병이 없는 법이다’…(靈樞).

기(氣)의 발생지, 공급자 - 위(氣)

위는 허실의 진원지이고, 기(氣)의 발생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설진이나 맥진을 할 때 위기(胃氣)의 존망을 살피는 것이다. 혀의 표면에는 이끼와 같은 설태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설태는 위에서 생산된 일종의 기(氣)가 신장경락의 지원과 함께 위경락을 타고 올라와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이 설태를 잘 관찰해보면 위와 신장의 건강상태를 읽을 수 있다. 위는 후천적 곡기(穀氣)의 조달자이고, 신장은 선천적 원기(原氣)의 공급자이고 보면, 설태의 유무가 기(氣)의 성쇠 즉, 질병의 예후를 진단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지 알 수 있다. 진맥할 때 감지되는 맥박도 위기의 나타남이다. 따라서, 위기가 있으면 살 것이고, 위기가 없으면 치료가 쉽지 않다고 보았던 것이다.

한의학에서 왜 위장이 진단의 중심이 되는가 하면, 한의학은 경락중심이기 때문이다. 위장경락은 양경락에 속하는데, 양경락 가운데 인체의 전면에 나와있는 경락은 위경락 뿐이다(음경락은 몸의 앞면에, 양경락은 뒷면에 분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위경락은 비경락, 폐경락, 신장경락, 충맥, 음교맥, 양교맥, 음유맥, 양유맥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또 소장경락, 대장경락, 심포경락, 삼초경락, 담경락, 방광경락, 심장경락과 독맥, 임맥 등과도 연결되어 있다.

어린아기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산모의 젖샘(乳腺)에는 위경락이 지나고 있다. 위가 우리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처럼, 위경락은 거의 모든 경락에 기를 공급하는 젖줄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고 비우는 가운데 우리 몸안의 허실을 조절하고, 맛을 기로 변화시켜 생명력을 창출하는 장기가 한의학적 위장이라면, 위장(胃臟)은 위장(僞臟)이 아니다.


출처 : Blue Gull
글쓴이 : Blue Gul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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