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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간(肝)은 나무(木)처럼

최환 한방칼럼

by 질그릇_pottery47 2015. 10. 5.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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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肝)은 나무(木)처럼


지구상에 물이 생겨난 이후부터 식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식물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나무들이다. 나무는 물이 있음으로 해서 태어날 수 있었던 생명체다. 그래서 한의학 6행론에서는 수생목(水生木)이라는 함수관계로 자연의 인과관계를 표현하고, 모자(母子)상생으로 설명한다. 水에 해당되는 장기는 신장과 방광이고, 木에 배당된 장기는 간과 담이다.

제아무리 화학공장(간)이 좋아도 공업용수(신장/방광)가 공급안되면 공장이 돌아갈수 없는 것처럼 물을 관리하지 못하면 간은 일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신장의 도움없이는 간이 제몫을 하지 못하고, 신장이 약해지면 간이 병들게 된다. 장기의 생성순서도 신장이 생긴 후에 마지막으로 간장이 나타났을 것이다.

초기의 생명체는 먹은 것을 달리 저장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생명체가 진화하면서 복잡다단해지자 영양분을 저장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 그 창고 같은 것이 간(肝)이었다. 그래서 간은 우리 장기 가운데 피부 다음으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생명체의 운동성이 늘어나면서 기(氣)의 쓰임새도 다양해지기 시작한다. 기의 분배가 골고루 잘 이루어져야 에너지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

간은 영양분을 비축해놓았다가 필요할 때마다 방출하는 일을 맡고, 또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에 차질이 없도록 수송을 맡고 있는 혈액순환을 돌보는 일도 책임지게 되었다. 혈액순환은 기가 주도하는 것이고, 간은 이 기가 잘 흘러가도록 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크고 힘센 장기를 왜 간(肝)이라고 이름지었을까? 필자라면 차라리 간(間)이라고 했을텐데. 왜냐하면 간이 하는 일을 잘 살펴보면 사이 간(間)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간은 자연과 우리가 서로 화합하여 인간답게 살수있도록 하기 위해 무려 5백여가지의 일을 하고 있다. 인간은 존재하면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생명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간이다. 간은 살아있는동안의 순간 순간을 연속시키고 있는 ’변환의 마술사’인 셈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소화흡수되어 그대로 피로 들어가 온몸에 공급되면 독극물처럼 위험할 수 있다. 간은 장이 단백질을 흡수 분해해서 만들어낸 아미노산을 인체에 적합한 형태의 아미노산으로 재구성하는 인간화(人間化) 작업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탄수화물이나 지방분도 인간화시켜야 우리 몸에서 이용될 수 있는데, 간은 이런 저런 일을 돕기위해 1천여종류의 효소와 비타민 등을 생산한다.

간은 인간화를 위해 비인간화작업도 하는데, 우리몸이 필요로하지 않는 잉여물질이 있으면 그것을 요소로 바꾸어 신장으로 보내 배설시킨다. 간은 또 뛰어난 해독자이다. 알코홀이나 니코틴, 갖가지 약등에대해 간이 감시를 소홀히하면 그 부작용으로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간은 이런 독성-유해물질을 불과 10초안에 처리하는 솜씨를 보여준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끊임었는 위험과 맞닥뜨리게 된다. 주위를 잘 지켜보고 행동계획을 세우며, 행동에 옮기는 일을 우리 조상들은 간이 한다고 보았다. 간이 약해지면 시야가 흐려지고, 불안해지며,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을 보고 안 것이다. 간은 실제로 우리의 뼈와 근육이 생각대로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엮어주는 일을 하는 인대를 컨트롤하고 있다. 간이 약해지면 몸을 통제하고 조화하는 일에 서툴어지게 된다.

간은 인체가 생산하는 물질들을 저장해두고는 이들을 항상 체크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방출하는 웨어하우스와 같다. 물론 혈당도 조절해준다. 간은 또 몸안에서 만들어지는 노폐물도 버리지 않고 변환시켜 재활용해 사용하고 있는 알뜰한 주부와 같다. 몸안에서는 1초마다 약 1천만개의 적혈구가 죽는데, 간을 이것들을 버리지 않고 보관해두었다가 새로운 적혈구를 만드는데 두고두고 이용한다. 우리가 운동할 때는 포도당이 분해되면서 젖산물질이 나오는데, 이들을 글리코겐으로 변환시켜 저장해두기도 한다.이 많은 일들은 간은 참 억척같이 잘 해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간은 우리의 영혼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선인들은 영혼은 핏속에 깃들어 있다고 보았다. 그 피가 가장 많이 머물러 있는 곳이 바로 간이다. 간은 영혼의 본향과 같은 곳이다. 영혼은 낮동안 우리 몸안을 돌아다니다가 밤이 되면 숙소로 돌아오는데, 피가 충분하지 못하면 쉴 시간도 적어진다. 그래서 불면의 밤이 오는 것이다.

이런 수많은 일들을 하는 모습이 간은 흡사 나무와 닮았다. 나무는 가지 가지로 뻗어있으면서 생명력을 구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간도 나무처럼 위로 뻗으며 자라고 성장하고 싶어한다. 간은 이것을 방해하는 자들을 가장 싫어한다. 간이 외부에서 침입해들어오는 온갖 나쁜 것을을 몰아내는 면역체제를 주관하고 있는 것은 이때문이다. 외침세력들은 주로 바람을 통해서 들오는데, 간이 바람을 가장 싫어나는 이유다.

특히 간은 몸안에서 일어나는 바람을 싫어한다. 바람은 몸안의 기의 흐름을 훼방놓기 때문이다. 간은 기(氣)를 골고루 분(分)배하는 일을 하는 만큼, 우리의 기분(氣分)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기분이 나빠지면 기를 분배하는 일을 잡치는 것이다. 기가 엉키고 뭉쳐서 체하게 된다. 소위 기체(氣滯)현상이 나타난다. 화를 내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때 이런 증상이 생긴다. 가슴에 기체가 생기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통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간은 막간이라도 쉬지 않고 인간을 위해 일하고 있다. 잠간이라도 간의 기분을 상하는 일은 하지 말자.


출처 : Blue Gull
글쓴이 : Blue Gul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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