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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잘 먹고 잘 싸십니까?

최환 한방칼럼

by 질그릇_pottery47 2015. 10. 2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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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싸십니까?


똥의 건강학

똥의 건강학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을 흔히 건강생활의 3대 지표라고 한다. 잘 먹는 것은 우리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고, 잘 자는 것도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잘 싸는 것은 우리의 의지나 마음 밖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황금변을 보고 싶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건강생활의 1순위를 잘 먹는 데다 두고, 싸는 일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순서로 밀리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잘 싸기 위해서 먹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그러나 싸는 일이 예사롭지 않다면 먹는 일이 과연 즐겁기만 할까.

말이 나온 김에 먹는 기쁨과 싸는 기쁨을 비교해보자. 당신이 몹시 배가 고프고, 또한 몹시 용변이 급한 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치자. 그런 상황이라면 무엇부터 하겠는가? 당연히 싸놓고 볼 일이 아닌가. 배고픈 것은 이를 악물고 참을 수 있지만, 급한 용변은 이를 악물수록 더 다급해지는 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용변이 급해서 안절부절해본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아무데나 쌀 수 없는 신사숙녀의 체면을 갖고, 화장실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드디어 화장실을 발견하여 변기로 뛰어들 때의 그 안도감과, 마침내 배설을 해놓을 때의 그 짜릿하기까지 한 쾌감! 느껴본 사람은 그 쾌감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그 극단적인 쾌감은 아니지만, 하루에 한번정도 그 잔잔한 배설의 쾌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흔히 인간을 비하해서, ‘똥 만드는 기계’라고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황금변’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좋은 기계의 소유자일 것이다. 허나, 우리가 똥싸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닌 다음에야, 똥은 어디까지나 생활의 부산물이지, 우리의 생산목표물이 아니다. 우리가 생산성을 갖고 있는 일종의 ‘기계’라면, 우리는 음식이라고 하는 원료를 가공하여 ‘똥’이 아닌,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두세끼의 음식을 통해 우리는 그날의 삶을 영위할 생명력을 얻는다.

그런데, 다시 똥 이야기로 돌아가지만, ‘기계’가 만들어내놓고 있는 그 똥을 보면 그 기계가 잘 작동되고 있는지, 원료는 제대로 쓰고 있는지, 어디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대충 알 수 있다. ‘황금 변’이라면 좋겠지만, 황금변이 아니라도, 똥은 우리 몸안의 상태를 잘 반영해주는, 어떤 점에서는 황금보다 못할 것 없는 물질이다.

용변을 보고나서 똥이 농염한 바나나처럼 한줄기로 부드럽게 나와 변기에 살짝 떠있는 모양을 보면 그건 그냥 똥이 아니라 프리미엄 똥이라고 반색을 해야 한다. 똥을 만들고 배설하기까지는 우리 몸안의 12개 장기 가운데, 폐, 대장, 소장, 위장, 비장, 담장, 간장 등 7개 장기가 관여하고 있는데, 황금변은 이들 장기의 건재함을 보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똥은 한번에 바나나 2개정도 길이(약 250g)의 양을 누는 것이 정상이다. 똥을 보고 건강을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굵기인데,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똥의 모양새를 결정짖는 요인으로 장내 온도, 기(氣), 습(濕), 혈(血) 등을 꼽고 있다. 예컨대, 똥이 물기가 없고 메마르다면 대장에 열이 있거나, 피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만약 물렁한 똥을 눈다면 비장이나 신장의 기(氣)가 약하다고 본다. 비장이 약하면 대장의 기운이 약해져 수분을 잘 빨아들이지 못하고, 신장이 약해도 수분을 제대로 배설시키지 못한다.

똥색갈이 창백하면 대개 얼굴도 핏기가 없다. 이것은 대장이 춥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창백한 똥은 영양실조 처럼 보이고(혈허), 그래서 냄새도 거의 풍기지 않는다. 창백하다 못해 푸르죽죽 해지면 대장이 몹시 추위를 타고 있다는 증거다. 꽁꽁 언 사람의 얼굴이 그렇듯이. 이런 사람들은 대개 아랫배가 늘 차고 더부룩 하다고 불편을 호소한다. 원인은 비장에서 기를 충분히 생산해내지 못해, 대장이 무기력해져서 소화가 더디게 되고 있는 상태다. 장의 움직임이 약해지니 장에 열기가 없고, 따라서 내용물이 쉽게 부드러워지지 않아, 장이 소화시키기가 힘든다고 꾸르룩거리며 불평을 하는 것이 소위 장명(腸鳴)이라는 것이다. 그러느라고 소화작용을 게을리해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안은 채 나오는 잔설(殘泄)을 보기도 한다.

똥냄새는 장내환경이 더워질수록 더 고약해 진다. 똥냄새가 시큼하게 나는 사람도 더러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간장과 비장이 서로 손발이 맞지 않을 때 이런 냄새가 난다고 본다. 똥색갈이 노란 것은 열을 나타낸다. 열이 높아질수록 노란색도 탁해진다. 맑은 노란색이면 몸에 허열(虛熱)이 있다고 보고, 진해지면 실열(實熱)이다. 똥색갈이 붉은 색을 띄는 것은 대장에 열이 있다는 표시지만, 비장이 허해도 그럴 수 있다. 색갈이 어두워 흑색에 가까우면 몸안에 어혈이 있다는 반영이다. 위궤양 등으로 위에서 출혈이 생기면 변이 흑색으로 변한다. 똥과 함께 선명한 피가 보이면 습열(濕熱)이라고 보고, 그 피가 탁한 색이면 혈열(血熱)이다.

용변을 보기 전에 아랫배가 아파하는 경우도 있는데, 간기(肝氣)가 아랫배에 체해있기 때문이다. 용변을 보는 중에 배가 아프지만 볼일이 끝나면 괜찮은 경우는 음식이 체했거나 대장에 습이 쌓여서 그렇고, 볼일 후에도 계속 아프면 대장에 한기가 들어서 그렇다. 변을 보기 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변을 본 후 배가 아프기 시작하면 비장이 약해서라고 본다. 똥이 구슬처럼 작고 동글동글하다면 기가 체했다고 보는데, 치질이 있거나, 경련성 변비, 위궤양, 혹은 직장암의 가능성도 있다. 막약 비릿한 냄새가 난다면 대장암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출처 : Blue Gull
글쓴이 : Blue Gul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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