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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과민성 대장 증후군

최환 한방칼럼

by 질그릇_pottery47 2015. 10.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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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 대장 증후군


나는 내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비해 사람들이 별로 대수롭지 않게 대해주는게 가끔 불만스러울 때가 있다. 다른 기관들은 웬만하면 참고, 대체로 아주 조신하게 처신하는 편이지만, 나는 절대로 그렇게 기죽고 살기는 싫다! 왜냐하면 나는 몸 속에서 가장 널찍하게, 그것도 한 복판에 떡하니 또아리를 판을 벌여놓은 채 자리잡고 있는 대장이니까. 내 옆에는 소장도 있고, 십이지장도 있고, 공장, 맹장, 회장, 직장 등 그럴듯한 장들이 수두룩하다. 나만큼 장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기관 있으면 나와보라.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를 ‘미운 오리새끼’처럼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으니까. 배고프다, 밥달라. 잘 못 먹었다, 꾸르륵… , 어휴 갑갑해, 뿌웅 ㅡ, 그래, 나는 미운 오리새끼들의 대장이다. 그러나, 나는 8m나 되는 내 일꾼들을 통솔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좀 거칠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때때로 소리를 지르고 군기를 잡지 않으면, 구비구비 길고 긴 장관(腸管)을 구역구역 밀고 내려오는 음식물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금, 소개한 장관이 나의 실체다. 의학 교과서는 나를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을 소화효소로 분해하여 섭취하고, 그 찌꺼기는 연동운동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는 일’을 하는 기관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말이 쉽지, 그 일이 얼마나 섬세하고, 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지, 사람들이 그걸 잘 몰라주는게 안타깝다.

사람들은 자기가 나를 먹여살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가 사람을 먹여 살리고 있다. 아무리 나에게 음식물을 밀어 넣어봐야, 내가 이들을 재바르게 처리해 몸안으로 흡수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먹는 일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야말로 우리 몸 가운데 벼라별 먹거리들을 일일이 만나고, 쓸만한 것들은 가려내고, 우리 몸에 동화시키는 일을 하는, 음식들에게는 염라대왕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하려면 실로 엄청난 정보와 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나를 양(陽)의 장기로 이해하고 있다. 양은 남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남성들은 일이 있을 때는 일하고, 없을 때는 쉬는 타입이다(주부들이 하루종일 일거리에 묻혀 산다고 보면, 폐나 간과같은 장기는 음체질이다). 대장은 음식이 들어 올 땐 열심히 일하지만 장이 비어 한가한 시간을 가질 때도 있는 것이다. 원래 대장(大將)님은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때로는 유사시에 대비해서 늘어지게 휴식을 취해야 하는 법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냉수를 한잔 마시면 그 물이 밤새 장내에 고여있던 찌꺼기 등을 씻어내려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건 대장의 기분을 잘 모르고 하는 속설에 불과하다. 밤새 늘어지게 휴식을 취하고 막 일어난 대장은 소장으로부터 작업을 인계받는 아침 7시부터 2시간동안이 가장 신나게 일을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양의 장기인 대장은 이때 양기가 가장 세어지는 시간대이고, 대부분의 일을 이즈음에 다 한다. 그런데, 한창 군기가 잡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대장 안에 물이 들어오면 대장이 과연 고마워 할까. 대장은 장내에 있는 수분을 거의 재흡수하고 이제 막 손을 털려고 하는데, 또 물이 들이닥치다니, 이런 난감한 일이 있나. 대장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대장은 이름과는 달리 생긴 것이 부드럽고 굴곡이 많아서 그런지, 이외로 예민하고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8 m나 되는 장이, 좁다면 좁은 복강안에서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히며 불안정한 자세로 들어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대장의 처지가 이해가 간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란 장이 빨리 움직이거나, 반대로 장이 늦게 움직임으로서,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증상들이 생기는 질환이다. 몸에 특별한 질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장이 과민하게 반응함으로서 일어나는 기능상의 문제들이라, 암과 같은 병으로 발전되지는 않지만, 치료가 되어도 쉽게 재발하곤 하여 생활에 불편을 끼친다. 잘 알려진 그 증상은,

1) 배가 싸르르 아프고 부글거리는 소리가 나다가 변을 보면 편해진다.
2) 배변을 한 후에도 계속 변이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 있거나, 자주 변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3) 설사와 변비가 반복된다.
4) 배에 가스가 차거나 아래배에 통증이나 불쾌감이 있다.
5) 트림, 속쓰림, 구토, 잦은 방귀 점액성의 대변이 나온다.
6) 장의 운동이 갑작스럽게 너무 빨리 일어나 '장경련'이라고 부르는 격심한 복통이 발생한다.
7) 전신피로, 두통, 불면, 어깨결림 등이 계속된다.

이런 증상이 몇개월에서 몇년씩 계속되기도 한다. 혹시 대장암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병원을 찾는데,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고, 또 특효처방도 없는게 과민성 증후군의 특징이다. 감기 다음으로 흔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2배나 많다고 한다. 과민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증세가 신경질적으로 나타나고, 기분에따라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는 복명(腹鳴)이라는 증상이 있는데, 과민성대장 신드럼의 하나다. 복명은 배가 운다는 표현이다. 울음이 슬픔의 표현이라면 왜 배가 슬프게 우는 것일까? 우리 말에‘애끓다’는 표현이 있다.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듯하다는 이야기다.

한의학에서는 슬픈 감정은 폐와 관계가 깊다고 본다. 우리가 슬픔에 깊이 빠져 있을 때는 한숨이 나오는 것을 경험하는데, 이때 온몸의 기운이 빠져 나가는 기분을 느낀다. 사실은 기분이 침체되어 있는 내부환경을 바꾸고 기(氣)를 돌려보려고 몸이 자구책으로 내뱉는 숨쉬기 운동이지만. 슬픈 감정이 오래 계속되면 페의 기운이 많이 빠져나가 폐가 약해진다.

폐경락은 대장경락과 바로 연결되는데, 폐가 슬픔으로 상하게 되면 대장에 기운이 도달하지 못해, 애가 끓게 되는 것이다. 폐와 대장은 부부관계와도 같아서, 아내가 설워하는 것을 보고 지아비가 애를 끓이는 것이 바로 복명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 같은 것이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곧 마음의 병이다. 온갖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결국은 슬픈 존재라는 이야기다.


출처 : Blue Gull
글쓴이 : Blue Gul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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