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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혈(瘀血)

최환 한방칼럼

by 질그릇_pottery47 2015. 10. 2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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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혈(瘀血)


한의원에 가면 기가 허하다거나 혈이 허해서 어떻다 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음양의 발란스가 깨어진 상태가 곧 병이고 보면, 병은 기혈의 이상에서 오는 것임에 틀림없다. 기와 혈이 정상적으로 순환하고 있으면 병균이 침입한다고 해도 감염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기와 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몸을 자동차 다루듯이 한다. 차를 사서는 몰고다니기만 할 뿐 차의 매카니즘이나 기능 등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듯이, 태어나서는 삶의 매카니즘이 무엇인지, 왜 사는지 등에 대해서는 무심한게 인심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심장이라해도 자기 몸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냥 남의 일같이 여기고 있을 바보는 없을 것이다. 피는 불자동차나 앰블런스가 달려오고 있는 것을 볼 때처럼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이를테면 누구나 한번쯤은 코피를 흘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린애들 싸움에서는 대개 코피가 먼저 터지는 쪽이 진다. 피가 흐르면 기도 빠져 나가므로, 기세가 한풀 꺽이게 마련이다. 여러분은 피를 흘린 뒤 온몸에 힘이 갑자기 쭉 빠져나가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기가 약한 사람이 눈물도 많다고 했던가. 피를 보면 괜히 가슴이 떨리고, 왈칵 눈물이 난다. 얻어맞아서 부르터진 입술과 시퍼런 눈두덩을 보면서 갑자기 인생이 서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골목길이나 시골길을 달려가다가 넘어졌을 때, 깨진 무릎팍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지혈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낭패감으로 길가의 쑥잎을 뜯어 상처에 덮고, 파란 하늘을 쳐다보며 피가 멎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어린시절은 누구에게나 아렷한 아픔의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젊을 때는 남에게 맞아서, 혹은 힘든 일이 몸에 부쳐 피부 밑이 퍼렇게 멍들고, 나이가 들면 스스로 몸을 망가뜨려 피멍이 든다. 피가 몸의 최전선에서 널브러지는 것이 피멍이다. 피는 전방까지 보급물자를 싣고가서 이것을 부리고는 부상병들을 싣고 부대로 복귀해야 하는 작전명령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것들이 기합이 빠지면 탈영을 하는 수가 있다.

[어처구니 없는 피, 어혈]

한의학에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피를 어혈이라고 부른다. 억척스럽게, 열심히 사는 모습은 싱싱하고 신선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하는 인간들은 구린내가 나듯이, 어혈은 나쁘고 더러운 피다. 어혈은 피에서 氣가 분리되어 기능을 잃었기때문에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탈영병은 헌병이 와서 잡아간다. 어혈도 몸안의 환경미화원 역활을 하는 신선한 피가 와서 수거해간다. 그런데, 이 어혈이 너무 많이 생겨 모세혈관주위에 엉기게 되면 이 작업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해서 생리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어혈은 어지럽게 흩어져 이미 심장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한 피의 잔해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어혈이 몸안에 생긴다는 것은 건강상태에 빨강 신호등이 켜졌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를 진찰할 때, 몸안에 어혈이 있나 없나에 관심을 갖는다. 의사가 환자의 눈동자에 작은 검안전등을 비추며 들여다 보는 것은 안저(眼底)에 퍼져있는 모세혈관에 출혈이 있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여기에서 출혈이 발견되면 몸의 어딘가에서 출혈이 있다는 표시가 된다.

한의학에서는 얼굴과 혀를 보고 어혈의 유무를 알아낸다. 어혈의 색갈은 어둡다. 안색이 어둡고, 입술과 혀, 그리고 손톱밑이 자줏빛이면 어혈로 본다. 어혈은 몸안의 경락의 흐름을 방해한다. 氣가 경락에서 어혈과 맞닥뜨리면 어혈을 허물기 위해 한판 전쟁이 벌어지는데, 이것을 우리는 통증으로 느낀다. 통증이 어느 한 곳에서 찌르는 듯이 집요하게 나타나면 그곳에 어혈이 있다는 이야기다. 뱃속에 움직이지 않는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지면 그것도 어혈의 일종이다. 때로는 출혈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때 나오는 피의 색갈은 검붉고, 덩어리져 있을 때도 있다.

우리 몸에서 어혈이 가장 잘 생기기 쉬운 장기는 간이고, 다음이 심장, 폐, 위, 장, 자궁 등이다. 간에 어혈이 생기면, 생리색갈이 검붉고, 통증도 심하다. 심장에 어혈이 생기면, 가슴이 뜨끔 뜨끔 찌르듯 아프고, 정신이 불안정해진다. 폐에 어혈이 생기면, 가슴이 답답하며 객혈을 한다. 위에 어혈이 있으면, 변에 검붉은 피가 섞인다. 자궁에 어혈이 있으면, 생리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어혈의 원인]

어혈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氣가 제대로 순환하지 않고 출혈하는 것이다. 혈액순환은 절대적으로 기의 도움으로 행하여지는데, 기가 한곳에서 지체하기 시작하면 피도 머뭇거리게 되고, 피가 새고, 엉기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되는 것은 물론 기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기순환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은 심장과 말초조직사이의 음양관계가 분명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끌어주고 당겨주지 않으니까 기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어혈이 있는 사람은 대체로 체온이 정상이 아니다. 피가 더우면 혈액순환이 지나치게 빨라져 출혈이 되기 쉽고, 또 잘 엉기게 된다. 피가 차가워도 혈액순환이 느려져 어혈의 원인이 된다. 오랫동안 피가 부족한 상태가 계속되어도 기허를 유발시켜 혈액순환을 느리게 하고, 결국은 어혈을 일으킨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객혈, 토혈, 뇨혈, 변혈 등은 이러한 어혈의 배설물이다.


출처 : Blue Gull
글쓴이 : Blue Gul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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